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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다 비싼 우유?” –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 이야기

by 미라클모닝:D 2025. 4. 8.

낙농 대국이면서도 우유값이 왜 이렇게 비쌀까?

오늘은 "물보다 비싼 우유?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 이야기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물보다 비싼 우유?” –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 이야기
“물보다 비싼 우유?” – 뉴질랜드의 식료품 가격 이야기

 

우유의 나라, 뉴질랜드의 이상한 가격표

 

뉴질랜드는 단연코 세계적인 낙농 대국이다.
국내 총생산(GDP)의 약 5%를 낙농업이 차지하며,
Fonterra와 같은 글로벌 유제품 회사는
뉴질랜드 농가에서 생산된 우유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그만큼 초원과 젖소가 풍부한 이 나라에서,
우유는 마치 공기처럼 흔한 존재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뉴질랜드 슈퍼마켓에서 우유는 상당히 비싼 품목이다.

현지 마트에서는 2리터 우유 한 병이
NZD 45(한화 약 3,2004,000원)에 판매된다.
반면, 생수는 이보다 저렴한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왜 낙농업의 중심지에서조차
우유는 이처럼 고가에 팔리는 걸까?
이 모순적인 현상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 뒤에는 복합적인 경제 구조와 유통 정책, 국제 무역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와 유통 독점의 그늘

우선 가장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는

뉴질랜드 낙농업의 ‘수출 중심 구조’에 있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약 95%는 수출용이고,
국내에 남는 양은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현지 소비자들이 마시는 우유는
국제 시장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예를 들어,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뉴질랜드 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면
Fonterra는 해외 수출에 더 많은 우유를 배정하고,
국내 시장 공급은 제한된다.
수요는 일정하지만 공급이 줄면, 당연히 국내 소비자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소매 유통 구조의 독점성이다.
뉴질랜드에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Pak’nSave, New World, Countdown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 기업이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가격 협상의 여지가 적다.

2021년 뉴질랜드 정부는 이런 유통 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식료품 유통 부문의 경쟁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체인의 이윤 마진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소비자들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결국 뉴질랜드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우유를 생산하면서도 가장 비싸게 사 먹는 아이러니"
그저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서민에게 우유는 사치품? 식탁 위 위기의 현실

우유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이다.
아이들에게는 칼슘과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며,
많은 서민 가정에서 기본 식료품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유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서,
뉴질랜드 내 저소득 가정에서는 우유 구입을 꺼리거나
대체 음료로 전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뉴질랜드 아동 영양 실태 조사에서는
일부 지역 아동의 칼슘 섭취가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가격 문제로 인해 기본적인 식생활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식료품 전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우유뿐만 아니라 치즈, 요구르트, 버터 등
모든 유제품이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식생활 패턴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로 확장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저소득층을 위한 식료품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거나,
우유에 대한 가격 규제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하다.
우유 한 병을 사는 것조차 고민해야 하는 현실은
‘1인당 소 6마리’의 나라로 불리는 뉴질랜드에서 참으로 씁쓸한 풍경이다.

 

 

 

‘풍요 속 빈곤’의 경제적 아이러니
뉴질랜드의 우유값 이야기는 단지 한 나라의 식료품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의 한계,
유통 구조의 독점성,
그리고 시장 논리와 복지 사이의 균형 문제를 상징하는 이야기다.

‘우유의 나라’에서 우유를 사 먹기 어렵다는 것은
경제의 논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이것은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과 복지 정책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한국 역시 식료품, 유가공품의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유통 구조와 수입 의존도 문제 또한 비슷한 구조를 안고 있다.
뉴질랜드의 ‘우유값 논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