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사라진 사회의 실제 사례와 경제 변화, 오늘은 "은행 없는 나라" 핀란드의 '디지털 머니 사회'는 어떻게 운영될까?
현금 사용률 5%? ‘사라진 지갑’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다.
핀란드 국민의 현금 사용률은 전체 거래의 5% 미만,
심지어 수도 헬싱키에서는 지갑 없이 하루를 살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핀란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소액 결제조차도 전자화되었다는 점이다.
1유로짜리 커피를 사거나, 노점에서 베리를 사더라도
거의 모든 곳에서 카드 또는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핀란드는 핀코드 입력 없는 비접촉 결제가 매우 일찍부터 보편화되었고,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반 결제 시스템인 ‘모바일페이(MobilePay)’와
은행 공동 플랫폼인 ‘Siirto’를 통해, 친구 간 송금이나 개인 거래도 몇 초 안에 처리된다.
심지어 핀란드 중앙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ATM도 매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중이며,
젊은 세대는 현금을 보관하지도, 사용하지도 않는 ‘디지털 머니 세대’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현금이 사라진 사회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리고 은행의 역할은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은행 없이도 가능한 금융 생활’ – 핀란드식 디지털 경제 운영법
핀란드 사회에서 은행은 더 이상 ‘창구를 찾아가야 하는 장소’가 아니다.
대부분의 핀란드 국민은 은행 앱을 통해 모든 금융 생활을 온라인에서 해결하고 있으며,
은행 지점 방문은 거의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된다.
더 나아가 핀란드는 ‘은행조차 없는 경제’를 실험 중이다.
핀란드 국민 대부분은 정부가 제공하는 전자 신분증(e-ID)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각종 공공 서비스부터 금융 인증까지 모든 절차를
중앙 통합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은행이 예금, 송금, 인증을 도맡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즉, 은행의 핵심 기능이 '공공 플랫폼'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핀란드는 핀테크 기술의 선두주자로,
다양한 스타트업이 은행을 대신해 개인의 자산 관리, 소비 분석, 투자 서비스 등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Tink, Holvi 같은 서비스는
전통 은행 없이도 계좌를 만들고, 송금하고, 회계까지 할 수 있게 해준다.
핀란드 중앙은행 역시 이러한 흐름을 지지하며,
오히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즉, 미래에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 디지털 유로가
민간은행 없이도 개인 계정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현금 없는 사회의 장단점과 미래
핀란드의 디지털 머니 사회는 분명 효율성과 투명성 면에서 엄청난 장점을 지닌다.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분석되기 때문에 탈세, 돈세탁, 범죄 자금 유통이 어려워지고,
정부는 국민의 경제 활동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수수료나 불편함 없이 더욱 빠르고 안전한 금융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사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모든 금융 활동이 디지털로 추적 가능해짐에 따라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으며,
인터넷이나 기술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저소득층은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다.
또한, 민간 은행이 없어지는 사회는
정부가 금융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자유시장 원리와의 충돌, 그리고 국가 권력의 확대에 대한
우려로도 연결된다.
핀란드 정부는 이에 대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점진적으로 구축 중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면서도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현금 인출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노인을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포용적 디지털화’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에 준비되어 있는가?
핀란드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앞서간 나라가 아니라,
금융의 본질을 다시 설계 중인 사회다.
은행 없이도 돌아가는 경제,
현금이 필요 없는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효율적인 소비와 복지를 설계하는 구조.
이 모든 실험은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직면하게 될 미래다.
한국에서도 간편결제와 모바일뱅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핀란드처럼 ‘은행 없는 나라’로 가기 위해선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 포용성, 윤리적 기준이 동반되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디지털이냐 현금이냐’가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방향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이다.
핀란드의 사례는 그 미래를 미리 경험하고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당신은 어떤 사회를 원하나요?
지갑 없는 세상, 상상해보셨나요?